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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다람쥐 이쁜 다람쥐

1 순수한 다람쥐

 

나는 순수한 다람쥐다.
보통 주위에서 그렇게 부른다. 누가 그렇게 부르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그런 말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내 위로는 아빠 다람쥐 엄마 다람쥐 아래로는 아기 다람쥐 둘 이렇게 산다. 자는 곳은 산 중턱에 낙엽이 많이 덥혀 있는 동굴 안에서 자고 눈을 뜨면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논다. 이유는 없다. 주로 먹는 것은 도토리다. 계절에 따라 먹는 열매가 다르다. 보통은 아빠 다람쥐가 도토리를 가져오면 엄마 다람쥐가 이빨이나 뾰족한 바위를 이용하여 컵질을 까서 나나 아기 다람쥐에게 준다.
나도 커가면서 혼자서도 도토리 밤버섯 등등을 따서 먹고 남으면 동굴에 가져와서 엄마 다람쥐나 아기 다람쥐에게 주곤 한다. 어느 날은 아빠 다람쥐 엄마 다람쥐 모두 도토리 가지러 가면 가기 전에 아기 다람쥐 잘 보라고 굴 바닥 어딘가에 도토리가 있으니 까서 아기 다람쥐랑 사이좋게 나눠 먹으라고 있는 곳을 알려 주시곤 한다, 그러면 난 혼자 실컷 놀다가 배고프면 땅을 파서 도토리 몇 개를 까먹고 아기 다람쥐들이 오면 한 개씩 준다. 근데 이빨이 약한 아기 다람쥐는 들고만 있지 먹지는 못한다. 측은하게 나를 본다. 그럼 나는 뺏어서 컵질을 획 한방에 까서 반으로 나눠 각각 주고 한 개는 날름 먹어 버린다. 아기 다람쥐 들은 차근차근 먹으며 나를 경이롭게 본다. 바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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