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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다람쥐 이쁜 다람쥐

11 사철나무

막상 우리굴을 나와 달려 보니 사방이 눈이다. 갈 곳도 마땅치 않다. 배도 고프고 바람도 불어 떨리고 춥기 시작했다. 눈을 헤쳐 이끼를 뜬어 먹었다.
소나무 아래에서 굴을 파기 시작했다. 잘만큼 굴을 파니 해가 지기 시작해 이끼를 한줌 뜯고 입구를 솔잎으로 막고 잠을 청했다. 피곤해서 그런지 잠을 잘잤다. 그리고 몇날 며칠을 그렇게 살았다. 눈이 녹고 도토리를 줍기 전에는 말이다.
어느날은 이끼를 구하려고 눈을 헤치고 있는데 멧돼지 무리가 나한테 오길래 가볍게 나무위로 올라가 버렸다. 생각해보니 아주아주 커다란 도토리 나무라 하루종일 나무 위에서 토토리만 먹다가 내가판 굴로 왔다. 해가 지기전 아빠 다람쥐가 계신쪽을 바라보니 쓸쓸한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 가고 있었다. 아주 가끔은 빨간 망개열매를 따먹었는데 달착지그한 맛이 일품이라 많이 없어 아쉬웠다. 굴에서 커다란 도토리 나무를 갔다가 오는게 하루의 전부다.
어느날은 잠을 자는데 꿈인지 옛적 엄마 다람쥐의 말씀 인지 구분이 안간다. 아빠 다람쥐와 엄마 다람쥐가 젊을때 떠돌다가 사철나무 아래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해가 유난히 훤하게 비추는 곳이 있어 거기에 굴을 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쁜 다람쥐를 만나야 하는데 자꾸 엄마 다람쥐만 생각이나 머리가 아팠다. 다음날 커다란 도토리 나무위에서 도토리를 까먹는데 저 멀리에서 날으는 매가 오길래 내려와 낙엽아래로 숨었다. 살짝 낙엽을 들으니 저멀리 사철나무가 보이는듯 해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큰개울도 넘고 산도 넘어서 달렸다. 진짜로 사철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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