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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다람쥐 이쁜 다람쥐

17 사랑을 속삭이다

버섯 바위에 올라 누위서 따듯한 가을 햇살이 비추는 오후 그즈넉한 시간에 멍때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위 아래에서 탁탁 탁탁탁 하는 소리가 들려 약간은 짜증이 쪼금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아래를 보니 왠 말라깽이 다람쥐가 호두를
까먹고 있는게 안닌가..
버섯 바위 앞에는 호두나무 뒤에는 큰 소나무가
있었는데 사실 내가 호두를 안먹는 이유는 까기가
귀찮아서다. 먹으면 맛있다고들 하지만 까기가 여간 귀찮는게 아니다.
조금 있다가 다시 탁탁 탁탁탁 소리가 나서 자세히 보니 얼굴은 주먹만 하고 눈은 동그랗고 속눈섭은 아주아주 길고 목은 하얗고 가슴은 있는듯 없는듯 하며 허리는 개미 허리 같고 엉덩이는 땡글탱글 한것이 영락없는 이쁜 다람쥐다.
말이라도 걸어볼겸 어이 조용히좀 해 라고하니 머래 하는식으로 볼에 호두를 가득 넣고 오물오물
이쁘게 먹기만 하는게 아닌가
호두나무 위에서는 청설모 아저씨가 호두를 따며
가끔은 아래로 툭툭 던져주는게 얄밉기도 하지만 아기 청솔모들이 호두를 먹는 모습을 보니 귀여워서 꼴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아래에서 탁탁 탁탁탁 소리가 들려 이쁜 다람쥐를 놀려 주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올라올때 가지고온 뱀새끼를 들고 살금살금 조용히 내려 가서 이쁜 다람쥐 목에다 살짝 걸어 주었다. 그랬더니 뱀대가리와 이쁜 다람쥐가 뽀뽀를 하며 이쁜 다람쥐가 키약~ 경악을 하며 쏜살같이 호두나무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무 중간까지 아둥바둥 올라갈때 보니 오줌까지 지리며 부르르 떨고 있었다. 난 그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깔깔깔 소리내어 웃었다. 호두나무 위에서는 청설모 아저씨가 이 광경을 보시더만 사이좋게 지내라며 호두를 바닥에 몇개 버섯 바위에 몇개 던져놓고 아기 청솔모들과 어디론가 떠나 갔다.
나는 버섯바위에 올라가 호두를 까먹으면서 있었고 호두나무 중간에 있는 이쁜 다람쥐를 보니 이쁜 다람쥐는 내가 어떻게 저 바위에 올라갔을까 깊게 생각중이었다. 결국 이쁜 다람쥐는 호두나무를 내려와 소나무에 올라가 나무 가지로 오더니 펄쩍뛰어 버섯바위에 무사히 안착했다.
호두를 까먹는 나에게로 가까이 와서 동그란 눈이 아닌 도끼눈 하며 노려보기 시작했다. 나는 신경 안쓰고 호두를 계속 파먹고 있었다. 잠시후 옆구리가 간지러워 고개를 드니 이쁜 다람쥐가 간지럼을 태우기 시작했다. 강도가세져 쿡쿡 찌르기도 하고 꼬집기도 하고 손가락을 꽉 물기도 했다. 내가 아야 했더니
@?^/%~@%#;.?%;.@♡~%♡
식식대며 뭐라 했는데 기억은 안난다 하도 가려워서 말이다. 나는 도망다니며 호두먹기에 열중했는데 그럴때마다 쫓아와서 뭐라 해가며 계속
옆구리를 쿡쿡 찌르거나 간지럽게 했다. 이건분명 이쁜 다람쥐가 내가 미운게 아니라 배고파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낙엽 아래서 쥐밤을 줬다. 그랬더니 경이로운 모습을 하며 쥐밤을 보기 시작했다. 어렸을때 나도 배가 고프면 엄마 다람쥐에게 가서 옆구리에 간질간질 하게 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이쁜 다람쥐는 쥐밤을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 다먹으면 또 쥐밤을 줬다. 누가 빼서 갈까봐 뒤돌아서 먹기 시작했다. 나는 쥐밤을 들고 있다가 다먹으면 또 줬다. 이쁜 다람쥐가 쥐밤을 먹는 모습이 이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져 쥐밤을 잔뜩 가져다 놓고 먹는대로 하나씩 주기 시작했다.
그것도 옆으로 누워서 말이다. 그순간 이쁜 다람쥐의 뒤통수를 살펴보니 일자형의 상처 자국이
보였다. 내손이 닿는 느낌이 들자 이쁜 다람쥐는 고개를 돌려 도끼눈 하며 노려보기 시작했다.
난 안그런척하며 먼산을 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난 그이유를 알고도 남음이다.
잠시후 쥐밤을 다먹은 이쁜 다람쥐가 옆구리를 간질간질 대기 시작했다. 난 귀찮아서 바닥에 있는
쥐밤을 밀며 다먹으라 했다. 그러니 이쁜 다람쥐가 방긋 웃으며 말없이 먹기만 한다. 배가 많이 고팠나브다. 나는 팔벼개를 하며 쥐밤을 먹는 이쁜 다람쥐를 보니 내가 혼자가 아닌 같이 살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어나 앉으며 죽은 뱀새끼를 목에 건거 제송하다고 진심으로 정중하게 사과했다. 이쁜 다람쥐는 쥐밤을 먹으며 괜찮다고 했다. 이쁜 다람쥐는 쥐밤을 집는척 내뒤로 가더니
내꼬랑지를 꽉 물었다.
난 아야~ 소리도 못내보고 그대로 기절했다.
그때 부터 난 꿈을 꾸고 있었던것 같다.
멍석말이 하듯이 내가 떼굴떼굴 구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폭신한 낙엽 위에 언쳐져 있고 잠시후 큰 낙엽으로 온몸을 감싸져 따스하게 느껴져 코를 골며 잠이 든것 같다. 누군가 옆에서 같이 자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누군지는 모르겠다.
꿈에 엄마 다람쥐가 쥐밤을 주며 이쁜 다람쥐 만나라며 얼굴을 할터주던 생각이 아주 선명하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방긋 웃었다. 그럴때마다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 햇살이 내눈만을 비추고 고소한 향기도 나길래 눈을 떠보니 바로 옆에 이뿐 다람쥐가 쥐밤을 먹다가 내얼굴을 할터주는게 아닌가 ...
나는 스르르 일어났다. 이끼위에 낙엽을 깔고 나를 덮은게 이쁜 다람쥐란 것을 알았다. 쥐밤을 먹고 있던 이쁜 다람쥐가 방긋 웃으며 괜찮냐고 물어본다. 괜찮다고 하자 뒤로 와서 내꼬랑지를 좌악 땡기듯 만진다. 이때의 고통은 알면서 당하는 느낌이다. 으악 이번엔 소리내며 아팠다. 그러자 이쁜 다람쥐가 다시는 장난치지 말라고 한다. 난 알았다며 머리를 긁적 거린다.
그러자 이쁜 다람쥐가 쥐밤을 먹으라고 준다. 이쁜 다람쥐와 난 쥐밤을 먹기 시작했다. 사이좋게 말이다. 그러자 이쁜 다람쥐가 내얼굴을 할터주는게 아닌가 그래서 뭐 나도 이쁜 다람쥐의 얼굴을 할터주었다. 그리고는 서로 방긋방긋 웃으며 쥐밤을 먹었다. 내가 이상하게 느끼는 건 나는 한번만 할터주었는데 이쁜 다람쥐는 꼭 두번씩 할터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친구 하기로 했다.
드디어 나에게도 짝꿍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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